2026년 2월 10일 화요일

출애굽기 10장 “거짓을 가둔 어둠 그리고 빛”

2026년 2월 11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10장 “거짓을 가둔 어둠 그리고 빛” 찬송가 95, 96장

열 가지 재앙이 점점 무르익어 갑니다. 너무나 견고한, 도무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이집트 제국이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나일강 물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가 온 땅을 덮고, 먼지가 이로 바뀌고, 파리가 들끓었습니다. 이어서 가축들이 심한 전염병으로 죽고, 사람들과 동물에 재가 들러붙어 악성 종기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과 함께 우박에 쏟아져 사람과 동물과 채소들을 덮였습니다. 

여기까지가 어제 읽은 9장까지 기록된 재앙들입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집트에 재앙을 내린 목적입니다. 단지 이집트의 왕과 백성들을 괴롭히고 겁주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화려한 문명과 삶을 떠받드는 이집트 우상들을 향한 심판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위대하다고 높여 찬양하는 그들의 신이 얼마나 거짓된 존재인지를 폭로하는 재앙의 이유입니다. 

그 흐름 가운데 메뚜기가 온 땅을 덮었습니다. 이미 우박으로 이집트가 황폐해진 이후입니다. 햇빛을 가릴 정도로,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던 메뚜기 떼가 나타났습니다. 우박을 피해 겨우 살아남은 푸른 잎을 메뚜기가 갉아먹고 사라집니다. 커다란 재산 손해 뿐만 아니라 신의 확고한 저주를 드러내는 너무나 두려운 상황입니다. 파라오가 벌벌 떨며 모세와 아론을 급하게 불러 용서를 구할 정도입니다.

이제 다음 재앙으로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압도적으로 거대한 재난이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이집트 온 땅을 피로 물들이는 잔혹한 사건이 일어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홉 번째 재앙은 얼핏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바로 ‘암흑’입니다. 21~23절 함께 읽겠습니다.

2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하늘을 향하여 네 손을 내밀어 애굽 땅 위에 흑암이 있게 하라 곧 더듬을 만한 흑암이리라 22 모세가 하늘을 향하여 손을 내밀매 캄캄한 흑암이 삼 일 동안 애굽 온 땅에 있어서 23 그 동안은 사람들이 서로 볼 수 없으며 자기 처소에서 일어나는 자가 없으되 온 이스라엘 자손들이 거주하는 곳에는 빛이 있었더라

이집트 온 땅이 어둠으로 가득해졌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집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오직 한 곳,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는 곳에만 영롱한 불빛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재앙과 달리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엔 별거 아닌 일로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숨 막힐 것 같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이집트가 섬기는 수많은 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신은 태양신 ‘라’(혹은 ‘레’)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백성은 태양의 지배를 받는다는 자부심에 취해있었습니다. 그들을 다스리는 파라오는 태양신의 아들로서 절반은 신적인 존재로 추앙하였습니다. 그토록 찬란한 태양이 노예들이 섬기는 신 야훼에 의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집트의 태양신 보다 비교할 수 없이 전능한 존재임을 만천하에 드러내었습니다. 그 하나님은 다른 사람을 노예로 삼고 그들의 자녀들을 함부로 죽이는 이집트의 권력과 문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벌을 내리십니다. 

지금 우리는 2026년 대한민국을 살아갑니다.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또 다른 태양신과 파라오가 존재합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게 현혹하는 물질 문명, 영원할 것만 같은 견고한 기득권, 사람들의 무모한 열광 아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디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들 보기에 아무리 찬란해 보인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어둠으로 덮으십니다. 그 이면에 숨 쉬는 악한 폭력을 준엄하게 벌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참 빛이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십자가와 부활로 온 우주를 향해 발하시는 진정 아름다운 광채를 소망해야 합니다. 그 빛이 오늘도 우리를 감싸안으실 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영광에 안겨 현란하게 번쩍이는 거짓을 물리치고, 어둠 속에 고요히 빛나는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참 빛이신 주 하나님
온 이집트가 어둠에 잠겼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자녀들이 사는 곳에만 밝게 빛났던 그 빛을 마음에 새깁니다. 태양신의 거짓 광채와 그 안에 벌어졌던 폭력을 벌하신 주님의 공의를 바라봅니다. 억울하게 흘린 눈물을 보시고 신음에 응답하며 행하신, 놀라운 구원을 사모합니다. 거짓으로 빛나는 어둠이 아닌,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어둠을 뚫고 다가온 빛으로 나아갑니다. 그 빛을 품고 전하며 살아가는 오늘 하루 보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 문헌: 조너선 색스 『랍비가 풀어내는 출애굽기』(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25), 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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