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9일 일요일

창세기 34장 묵상

5 야곱은 자신의 딸 디나를 세겜이 더럽혔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아들들은 들에서 야곱의 짐승 떼를 돌보고 있었다. 야곱은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 세겜의 아버지 하몰이 야곱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나왔다. 7 마침 야곱의 아들들이 들에서 돌아왔다. 그들은 이야기를 듣고서 기분 나빠 하며 크게 화를 냈다. 세겜이 야곱의 딸과 함께 누워 이스라엘에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창세기 34장 5~7절, 새한글 성경

[묵상]
삶은 고통이다. 극적인 시련을 통과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딸이 낯선 땅에서 수치를 당했다. 하지만 야곱에게는 함부로 화를 표출할 여유가 없다.

그는 힘없는 이방인이다. 반면 가해자는 절대 권력을 손에 쥐었다. 복잡다단한 현실의 역학관계가 아버지의 입을 틀어막았다. 서늘한 침묵이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의 아들들은 아버지 야곱의 영악함과 삼촌 에서의 폭력성을 함께 지녔다. 동생에 대한 복수심과 세겜의 재물을 향한 탐욕으로 폭주한다. 이 둘이 합해져 잔인한 학살을 저지른다.

게다가 질책하는 아버지를 향해 거칠게 대든다. 이미 파탄 난 부자 관계가 이 사건으로 낱낱이 드러났다. 야곱이 잠시 누린 평온은 이렇게 산산조각이 난다.

이는 33장 마지막 단락의 언급, "야곱은 (중략) 도시 세겜에 아무 탈 없이 도착했다."와 대비를 이룬다. 또한 이어지는 35장의 시작에 기록된 하나님 말씀, "거기(베델)에서 살아라"의 배경이 된다.

우리에게 평화를 보증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어느 곳이나 비극이 엄습한다. 이 잔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인생의 가장 어두운 밤에 만났던 빛을 기억하고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고통만 있지는 않다. 비극과 직면하고 통과한 사람에게 비로소 참 평화가 찾아온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