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진심으로 존경하는 대학 동기와 그의 아내이자 내 후배인 제수씨, 그리고 내 아들과 동갑인, 그 둘의 사랑스러운 딸과 가족끼리 만나 식사했다. 뜻밖에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생긴 약속이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이런 만남이 잦았다. 어릴 때부터 친했으나 오랫동안 못 본 고향교회 동생, 강릉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멋진 형님도 불쑥 생긴 기회로 만나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이 외에도 마치 누군가 일부러 기획한 것 처럼 여러 인연을 연거푸 확인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참 힘이 되는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이런 우연들을 돌이켜보다 문득 내 마음에 봄이 한 걸음 더 일찍 찾아왔음을 느꼈다. 언 땅이 어느샌가 조금씩 녹고 있었다. 은은한 행복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삶의 방향을 조율했다.
스스럼없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들에게 일관된 신뢰를 얻고 싶다. 격의 없이 마주하는 이들과 소탈한 웃음을 나누고 싶다. 그렇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담백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기에만 적으려다 고마움을 담아, 쑥스럽지만, 이곳에 올려본다. 받은 사랑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고 보답하기 위해, 허세와 허영을 덜어내기 위해, 그렇게 봄을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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