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3일, 월, 새벽기도회, 목사 정대진
누가복음 1장 26~38절 "위험한 은혜"
26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27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28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29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30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31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32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33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35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36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37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38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은혜’, 이 단어는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따뜻하게 합니다. 기쁨을 안겨주고 희망으로 이끌어 줍니다. 따라서 은혜를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은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경험과 감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함께 읽은 본문 속 마리아의 상황이 그러합니다. 어느날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가브리엘은 마리아를 향해, ‘은혜를 받은 자여!’라고 지칭합니다. 그녀가 주님의 은혜를 입었음이 하나님께서 보낸 사자에 의해 확고하고 분명하게 선포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마리아를 향해 평안과 임재가 선언됩니다.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순간입니다. 특히나 이렇게 이른 새벽 잠을 깨우고 기도하러 모인 본질적인 목적은 다름아닌 주님의 은혜를 선명하게 깨닫기 위함입니다. 은혜를 사모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궁극적인 열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뜻 밖의 태도로 반응합니다. ‘은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정반대입니다. 바로 ‘공포’입니다. 본문 29절을 보면 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가 놀랐습니다. 상당히 점잖은 번역입니다. 하지만 원문의 어감은 매우 강합니다. 극심하고 격렬한 혼란을 가리킵니다.
그러한 마리아의 마음을 천사가 확인합니다. 그렇기에 30절에 이렇게 위로합니다.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그런 다음에 다시 한번,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천사는 지금 상황이 마리아에게 너무나 소중한 ‘은혜’임을 강조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제부터 그녀에게 전할 말씀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은혜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31~33절 다시 한번 다같이 읽겠습니다.
31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32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33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이제 마리아에게 일어날 일은 이러합니다. 바로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 것입니다. 뒤 이어 그 아기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름은 구원을 뜻하는 ‘예수’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다윗의 통치를 이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영원합니다.
이 모두는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섬기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입니다. 진심으로 고백하는 복된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일에 쓰임받는 당사자인 마리아의 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 시작이 몹시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약혼자가 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덜컥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막연히 짐작하는 그 이상의 공포입니다.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혼례를 치르지 않은 마리아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을 대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성령님의 능력으로 잉태하게 되었다고 과연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 쉬웠겠습니까? 천사가 알려주기를 그 아이가 바로 온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라고 말 할 때, 주위 사람들이 선뜻 믿을 수 있겠습니까? 비웃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금세 목숨의 위협으로 이어집니다. 율법을 어기고 가문에 수치를 안긴 댓가로 당장 처형 위기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리아는 기꺼이 그 위험한 은혜를 받아들였습니다. 38절 제가 읽어 드리겠습니다.
38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마리아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이해했습니다. 바로 주님의 뜻을 따르는 여종입니다. 그렇기에 그 말씀이 자신에게 이루어지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진리에 순종했습니다. 기꺼이 위험한 은혜를 감수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아직 처녀인 자신이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 결과 찾아올 고난은 분명합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분명 말 못할 서러움과 모진 수모를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그녀를 결코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하나님께서 붙잡아 주심을 천사를 통해 굳건히 약속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35~37절 다시 한번 다같이 읽겠습니다.
35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36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37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마리아가 남자를 알지 못하는 자신이 어떻게 아기를 가질 수 있는지 묻자 천사가 대답한 말입니다. 성령님이 그녀에게 임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덮을 것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강조법입니다. 같은 내용을 비슷한 단어로 다시 말하는 방법입니다. 이 내용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영인 성령님께서 마리아에게 함께하셔서 그녀를 감싸안을 것입니다.’
그 증거로서 마리아 주변에 일어난 놀라운 일을 소개합니다. 바로 친척 엘리사벳이 나이 들어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되었음에도 아들을 잉태한 사건입니다. 고대 세계에서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것은 더 이상 이땅에 남아있을 가치가 없는 존재로 낙인찍힌 저주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엘리사벳은 죽었던 몸의 기능이 다시 살아나 명예를 되찾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겪는 그 어떤 시련과 고난도 넘어서게 하는 참 생명의 주이심을 분명히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마리아는 바로 이 진리에 진심으로 화답하였습니다. 그 결과, 성탄의 통로로 쓰임받는 위대한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마치 십자가의 죽음이 부활의 생명으로 꽃 피운 것처럼 그녀가 겪었던 위험한 은혜가 찬란한 복으로 열매 맺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나 두렵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으십니까? 삶의 모든 소망을 잃은 채 쓰러져있지는 않으십니까? 꿈을 꾸고 희망을 품는 것을 사치스럽게 여기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그 모든 눈물겨운 순간 또한 은혜임을 분명히 믿으시길 바랍니다. 마리아와 함께 하신 하나님이 또한 우리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죽음을 뛰어넘는 생명의 주인이십니다. 사람이 감히 예측하고 다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하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는 때때로 위험하게 보입니다. 당황하고 불쾌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 있는 참 생명의 기대하고 소망하시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오늘 하루도 그런 우리를 결코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날개 아래 포근히 품어주실 줄 믿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