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7일 일요일

누가복음 9장 1~17절 “오병이어와 제자들”

2022년 2월 1일, 화, 포항제일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누가복음 9장 1~17절 “오병이어와 제자들”

1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사 모든 귀신을 제어하며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위를 주시고
2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앓는 자를 고치게 하려고 내보내시며
3 이르시되 여행을 위하여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 지팡이나 배낭이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며
4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거기서 머물다가 거기서 떠나라
5 누구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아니하거든 그 성에서 떠날 때에 너희 발에서 먼지를 떨어 버려 그들에게 증거를 삼으라 하시니
6 제자들이 나가 각 마을에 두루 다니며 곳곳에 복음을 전하며 병을 고치더라
7 분봉 왕 헤롯이 이 모든 일을 듣고 심히 당황하니 이는 어떤 사람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고도 하며
8 어떤 사람은 엘리야가 나타났다고도 하며 어떤 사람은 옛 선지자 한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고도 함이라
9 헤롯이 이르되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거늘 이제 이런 일이 들리니 이 사람이 누군가 하며 그를 보고자 하더라
10 사도들이 돌아와 자기들이 행한 모든 것을 예수께 여쭈니 데리시고 따로 벳새다라는 고을로 떠나 가셨으나
11 무리가 알고 따라왔거늘 예수께서 그들을 영접하사 하나님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시며 병 고칠 자들은 고치시더라
12 날이 저물어 가매 열두 사도가 나아와 여짜오되 무리를 보내어 두루 마을과 촌으로 가서 유하며 먹을 것을 얻게 하소서 우리가 있는 여기는 빈 들이니이다
13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여짜오되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으니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아니하고서는 할 수 없사옵나이다 하니
14 이는 남자가 한 오천 명 됨이러라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떼를 지어 한 오십 명씩 앉히라 하시니
15 제자들이 이렇게 하여 다 앉힌 후
16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무리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17 먹고 다 배불렀더라 그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거두니라


식사는 숭고한 예식입니다. 단순한 생존 행위가 아닙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행동입니다. 밥은 살아갈 이유와 힘을 제공하는 축복의 선물입니다. 식탁은 함께 둘러 앉은 이들을 식구로 연결시키는 거룩한 공간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는 곳마다 즐겨 식사하시며 말씀을 나눈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오병이어’ 사건은 성경에서 매우 큰 울림을 가집니다. 갈릴리 들판에서 성인 남자만 5천명이 되는 어마어마한 무리의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시작은 한 어린 아이가 내어 놓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습니다. 이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감격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성경을 통해 읽기만 해도 가슴이 벅찬데, 그 위대한 식탁에 함께 참여하며 얼마나 큰 감격을 했겠습니까?

그 때 그들의 배를 채운 것은 단순한 식품이 아닙니다. 그들은 절망에 익숙해진, 가난한 현실을 넘어서는 따뜻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메마른 몸을 끌어안아주시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깨달았습니다. 로마 제국을 넘어서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생생히 경험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오병이어 사건은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었습니다. 단지 작은 물건이 순식간에 많이 늘어난 마술적인 현상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오늘은 ‘제자’의 시선으로 이 위대한 이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관련해서 누가복음 9장의 내용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1~6절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해 전도하게 하시는 장면을 기록합니다. 그들은 검소한 복장으로 길을 나섰지만 복음을 전하는 곳곳마다 병을 고치는 이적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제자들의 전도여행은 이스라엘에 큰 충격을 일으켰습니다. 그 중에서도 갈릴리 지역을 통치했던 분봉왕 헤롯을 긴장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세례자 요한을 그가 처형시켰기 때문입니다. 가장 걸림돌이었던 인물을 없앴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인물인 예수님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분봉완 헤롯은 예수님을 주목하고 관심을 가집니다. 이것은 나중에 십자가 처형에 그가 관여할 것을 미리 암시합니다. 이것은 또한 제자들에게 곧 닥쳐올 고난과 시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오병이어 사건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모두를 제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님의 명령을 따라 간소한 차림으로 복음을 전하러 나섰습니다. 분명 몹시 두렵고 떨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력한 권능을 경험하며 그 모두를 넘어서는 보람과 희열 또한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자들을 더욱더 흥분시키는 일이 펼쳐집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에게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는 이적은 보여주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사건의 관람자가 아닙니다. 14~16절 다함께 읽겠습니다.

14 이는 남자가 한 오천 명 됨이러라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떼를 지어 한 오십 명씩 앉히라 하시니 15 제자들이 이렇게 하여 다 앉힌 후 16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무리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을 때 제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무리 사이를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며 질서를 유지시키셨습니다. 예수님의 지시에 따라 50명씩 앉히고 떡과 물고기를 전달 해 주었습니다. 그 곳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실컷 먹었을 뿐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이 사건 전체를 몸소 경험하였습니다.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신비를 절절히 체험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오병이어는 제자들에게 확신을 주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바로 스승, 예수님의 승리입니다. 이토록 강력한 능력이 있는 주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감동시키시는 주님께서 분명 왕좌에 오를 것을 믿었습니다. 그들을 너무나 설레고 들뜨게 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황홀한 풍요와 성취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취한 성공이 어떤 위기를 가져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은 오병이어 사건 후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해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라고 답했습니다. 그러한 신앙고백을 들은 후 주님은 비로소 십자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렇듯 오병이어를 둘러싸고 제자들의 마음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뜨거운 감격과 서늘한 긴장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흥분과 뼈아픈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 이것이 곧 제자도의 본질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예수님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동시에 십자가의 사명 가운데 때로 힘겨운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단지 예배당을 들락거리는 교인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삼고 그분을 배우고 닮아가길 소망하는 제자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으로 말미암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은혜와 감격을 소망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에 고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진리 또한 명심해야 합니다.

이 중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에 환호만하거나 제자로서 겪는 시련에 절망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 둘을 모두 끌어 안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누리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이러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길 소망합니다. 제자로서의 올바른 소명의식을 회복하길 원합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참으로 풍요롭게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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