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누가복음 2장 8~21절 “하늘과 땅을 잇다”
어제에 이어 성탄을 기록한 같은 본문을 한 번더 읽고 묵상하려고 합니다. 누가복음 이야기에서 성탄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들은 밤에 밖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입니다. ‘밤’과 ‘밖’. 우리말로 한 글자씩 옮긴 이 두 단어는 깊은 상징을 지닙니다. 즉 어둡고 추운 시각, 안전한 울타리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지닌 위대한 복음은 바로 그렇게 스산하고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우선으로 하는 진리입니다.
천사는 목자들에게 알려 줍니다. 다윗의 동네, 즉 베들레헴에서 그들을 위한 구주가 태어났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리스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강보에 싸여 구유위에 누워 있는 아기의 모습으로, 지극히 무력하고 무지한 상태로 이 땅에 찾아오셨습니다. 그 모습이 온 세상의 표징입니다. 그런 다음에 갑자기, 군대와 같은 수많은 천사가 나타나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14절 함께 읽겠습니다.
14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성탄의 복음을 함축적으로 알려주는 위대한 찬송입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늘과 땅을 잇고 온 우주 가득 공명을 울렸습니다. 뻔하고 당연한 듯한 종교 개념으로 단순히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진리를 음미해야 합니다.
먼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지극히 높은 곳에서 하나님께 영광이 됩니다. 우리가 ‘영광’이라는 말을 쉽게 연상하는 장면 중 하나는 시상식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이들이 종종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합니다. 너무나 겸손하고 아름다운 신앙고백입니다. 동시에 유의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지극히 작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아기의 모습 또한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더욱 정확히는 자기를 낮추고 남고 내려놓는 모습이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 닿는 영광의 길이라는 사실을 고백해야 합니다.
동시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사람들 중에 ‘평화’를 안겨줍니다. 이것은 다분히 당시 로마 제국의 선전 구호에 대한 저항입니다. 세계사를 통해 접하듯이 로마 제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많은 재물로 지중해 세계를 통일했습니다. 마침내 전쟁을 그치고 평화를 가져왔다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피로 쌓은 거짓 평화입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의 길로,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참된 평화를 이루었습니다. 성탄은 그 평화 여정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다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정 나의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인다면, 마땅히 주님께서 이루신 영광과 평화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세상이 꾸며내고 윤색한 영광이 아니라, 힘과 폭력으로 이룬 침묵으로 포장한 평화가 아니라, 진정 하나님이 바라고 기뻐하시는 영광, 주님께서 희생으로 이루신 참된 평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 길에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성탄 찬송을 하나님께 드리며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마음 모아 믿음으로 담대히 걸어가는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기도
영광과 평화의 주 하나님
하늘에서 천군천사들이 아름답게 부른 찬송을 마음으로 기울여 듣십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는 찬양을 영혼 깊이 새기길 소망합니다. 세상이 꾸며내는 거짓 영광과 평화가 아닌, 아기 예수님의 탄생,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온전히 드러내신 참된 영광과 평화를 누리고 전하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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