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창세기 23장 “막벨라 굴 앞에서”

2025년 12월 24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23장 “막벨라 굴 앞에서” 찬송가 488, 490장

사라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127년의 험난한 인생을 마쳤습니다. 그녀의 고단한 삶에 함께 한 남편 아브라함을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애통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슬퍼할 수만은 없습니다. 곧 현실과 마주합니다. 바로 아내의 시신을 둘 곳이 없는 고단한 나그네 신세입니다. 

성경은 분명 아브라함이 상당한 재산을 보유했다고 알려줍니다. 그렇지만 그는 뜨네기 신세입니다. 자기 땅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방에 보이는 모든 땅을 주겠다고 언약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필요한 장례를 위한 땅이 없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지만 원주민들은 외지인들을 경계하기 마련이고 특히나 땅의 소유 문제는 언제나 예민한 문제입니다. 

아브라함은 아내 시신 앞에서 일어나 그 지역에 영향력을 끼치는 헷 족속에게 찾아갑니다. 그들과 토지 거래를 합니다. 서로 정중한듯 하나 나이든 족장 아브라함으로서는 상당히 굴욕적인 상황이 이어집니다. 5절에 보면 아브라함은 죽은 아내를 장례 지내기 위한 땅을 헷 족속에게 요청합니다. 

6절에 의하면, 헷 족속은 표면적으로는 아브라함의 명예를 높이며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우회적인 거절이거나 보다 더 땅값을 받아내기 위한 형식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노회한 아브라함은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몸을 땅에 굽혀 ‘소할의 아들 에브론’이 소유한 막벨라 굴을 사고 싶다고 간청합니다. 예수님도 그러했듯이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시신을 땅에 묻는 게 아니라 굴에 넣고 돌로 입구를 막아 자연 부패시키는 장례 방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무리 중에 있던 에브론이 자기 땅을 드리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말 역시 진심이 아니라 거래를 위한 형식적인 언행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은 사백 세겔을 주고 에브론의 밭과 거기에 속한 굴과 둘러싼 나무를 샀습니다. 성문 앞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소유를 확정 지었습니다. 그곳에서 아내 사라의 장사를 지냈습니다. 18~20절 함께 읽겠습니다.

18 성 문에 들어온 모든 헷 족속이 보는 데서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된지라 19 그 후에 아브라함이 그 아내 사라를 가나안 땅 마므레 앞 막벨라 밭 굴에 장사하였더라 (마므레는 곧 헤브론이라) 20 이와 같이 그 밭과 거기에 속한 굴이 헷 족속으로부터 아브라함이 매장할 소유지로 확정되었더라

18절과 20절에서 두 번, 그 땅이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되었다고 거듭 명시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유일한 땅입니다. 그가 나그네로서 얼마나 초라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지금 우리가 막연하게 연상하는 위대한 인물의 모습과는 정반대입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많은 자손과 땅을 약속하셨지만 정작 그가 사는 날 동안에 마주한 혈육은 매우 적었고 땅은 무척 좁았습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 된 것은 그가 당장 이룬 성취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말씀하신 것과 극명히 반대되는 현실을 감수하였습니다. 결핍과 마주하고 굴욕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그를 향한 당신의 언약을 당신의 때에 당신의 방법으로 이루셨습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며 많은 한계와 가난에 시달립니다. 성경에 기록된, 믿음의 자녀를 향한 눈부신 약속과는 한 참 거리가 먼, 비참한 시련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성경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믿음을, 예수님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보이신 놀라운 사랑과 희생을 마음에 품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그 모든 아픔과 눈물을 위대한 영광의 씨앗으로 삼으실 줄 믿습니다. 


기도
자녀들의 믿음을 기뻐 받으시는 주 하나님
아내를 장사 지낼 땅이 없어 비참한 고난을 통과한 아브라함의 모습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저희를 발견합니다. 주님의 찬란한 언약과는 너무나 다른 쓰라린 결핍과 마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저희 삶의 그 모든 시련과 가난으로 말미암아 주님의 나라를 아름답게 이 땅에서 이루실 줄 믿습니다.
하루하루 마주하는 아픔이 클수록, 그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저희의 판단과 기대를 넘어서는 참된 소망을 품고 주님의 뜻을 이루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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