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24장 1~33절 “언약을 향한 여정” 찬송가 379, 382장
아브라함이 나이가 많아 늙었습니다. 이 땅에서 주어진 생을 마감할 날이 점점 다가옵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아들 이삭의 혼인입니다. 어렵게 낳은 언약의 아들인데 아직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단지 며느리를 맞아들이고 손주를 얻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가는 사명 수행입니다.
이 막중한 임무를 위해 아브라함은 평소 깊이 신뢰하던 늙은 종에게 맡깁니다. 자기 허벅지 밑에 손을 넣으라고 합니다. 여기서 허벅지는 남성의 성기를 완곡히 표현한 말입니다. 정확히는 할례 받은 흔적에 손을 대게 하여 주님과 맺은 언약을 거듭 확인시키는 행동입니다. 그런 까닭에 며느리의 조건을 단호하게 언급합니다. 3~4절 읽겠습니다.
3 내가 너에게 하늘의 하나님, 땅의 하나님이신 여호와를 가리켜 맹세하게 하노니 너는 내가 거주하는 이 지방 가나안 족속의 딸 중에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지 말고 4 내 고향 내 족속에게로 가서 내 아들 이삭을 위하여 아내를 택하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맺으신 언약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즉, 땅과 후손입니다. 주님께서 허락하신 가나안 땅에서 뿌리내릴 후손들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에 가나안 사람들은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종은 힘겨운 수고를 감수하며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떠납니다. 이러한 여정 자체가 늙은 종에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설령 그곳에 도착한다 할지라도, 역시나 함께 먼 길을 돌아와 주인의 아들 이삭과 결혼할 여자를 만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런 까닭에 종은 주인의 고향에 도착해 우물가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14절 읽겠습니다.
14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하건대 너는 물동이를 기울여 나로 마시게 하라 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리라 하면 그는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을 위하여 정하신 자라 이로 말미암아 주께서 내 주인에게 은혜 베푸심을 내가 알겠나이다
그는 우물에 찾아온 소녀에게 물을 요청할 계획을 세웁니다. 당시 광야 지방에서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그렇다면 대부분 나그네를 위해 물을 대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낙타에게까지 물을 주는, 더욱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지닌 처녀라면 하나님께서 이삭의 아내로 예비하신 사람이라고 알겠다는 내용입니다.
보통 형식적인 호의는 베풀 수 있지만 무더운 날 낯선 사람을 향해 그 정도 섬김으로 다가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종의 기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정말로 한 소녀가 다가와 그뿐만 아니라 자원하여 낙타들에게도 물을 길어다 주어 마시게 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소녀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녀입니다. 주님께서 세우신 언약의 대상입니다. 이삭의 완벽한 아내감입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이 모든 상황에 감사와 영광을 돌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은 물론이고 주인의 온 가족, 그리고 이 사명을 위해 섬긴 자기에게 은혜 베푸셨음을 감격하며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언약을 지키려 수고한 백성을 향한 주님의 놀라운 사랑을 새삼 확인 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세우신, 하나님 나라 복음의 언약으로 날마다 세밀하게 지켜 돌보심을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주님과 세운 언약을 충실히 따르시길 다짐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길을 묵묵히 내딛으시길 바랍니다. 비록 험하고 고통스럽고 너무나 막막하지만, 그 길 끝에 도저히 알지 못했던 놀라운 은혜가 이루어 질 줄 믿습니다.
기도
언약하시고 그 언약을 이루시는 주 하나님
주님을 따르며 막막한 걸음을 내디뎠던 어느 이름 모를 종의 수고와 기도를 신묘한 손길로 응답하셨음을 말씀을 통해 확인합니다. 마찬가지로 주님과의 언약을 소중히 지키는 저희 삶 가까이에 오셔서 모든 만남을 선하게 이끄실 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의 세미한 손길 가운데 위로와 힘을 얻게 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리브가처럼 몸과 마음이 주린 이들을 향해 진실한 섬김으로 다가가, 은혜의 통로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문헌: 김세권 『삶을 흔드는 창세기 읽기』(크리쿰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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