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5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5장, "동행과 위로"
창세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는 ‘족보’입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족보가 등장합니다. 성경에서 족보는 단순한 연대기 정보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담은 또 다른 계시입니다. 오늘 함께 읽은 창세기 5장은 아담과 그의 아들 ‘셋’의 계보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것은 명확히 바로 앞에 있는 4장 16절 이하에 기록된 ‘가인의 족보’와 대조하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가인의 자손 중에 야발은 ‘가축을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 유발은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두발가인은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자’입니다. 비록 가인은 범죄자였으나 그의 후손들은 화려한 문명과 문화를 꽃 피우는, 강력한 힘을 자랑하였습니다.
동시에 가인의 족보에는 음산한 정서가 담겨있습니다. 후손 라멕이 한 말을 굳이 함께 담았습니다. 그는 자기 아내들을 향해 이렇게 으스대며 말합니다.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 그는 살인자의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살인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자랑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됩니다. 가인의 자손들이 이룬 찬란한 업적 이면에는 폭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반면 아벨이 죽고 난 후 아담과 하와가 낳은 셋의 후손들에게는 별다른 기록이 없습니다. 그저 ‘살고 죽었다’라는 일상적 언급만 반복될 뿐입니다. 가인의 후예들처럼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루었다는 사실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에녹과 노아입니다. 24절 함께 읽겠습니다.
24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다른 사람은 모두 “죽었더라”라고 기록되었는데 에녹만 “하나님이 데려가셨다.”라고 언급합니다. 이를 두고 에녹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데려가셨다는 말도 죽음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에녹 승천의 사실 여부가 아닙니다. 그의 삶입니다. 바로 “하나님과 동행”입니다. 가인의 후예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언급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9절 함께 읽겠습니다.
29 이름을 노아라 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땅을 저주하시므로 수고롭게 일하는 우리를 이 아들이 안위하리라 하였더라
가인의 후손 중에 살인을 자랑한 라멕과 이름이 같은, 셋의 후손 중 또 다른 라멕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노아’입니다. 그런데 노아라는 이름은 ‘위로’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대한 설명을 그가 덧붙입니다. 바로 죄로 말미암아 저주받은 땅에서 힘들게 일하는 백성에 대한 위로입니다.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고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위안입니다.
이처럼 아담의 족보에 등장하는 두 사람, 에녹과 노아를 통해 가인의 후손들과 정반대의 특성을 깨닫습니다. 바로 하나님과 동행 그리고 위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과 비교할 때 우리가 이룬 것이 초라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모르고 악을 저지르는 이들이 더욱더 화려한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그런 현실에 너무나 답답하고 힘겨운 순간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묵묵히 하나님과 동행하며, 위로의 삶을 살아가시길 축복합니다. 비록 사람들 눈에는 초라하고 별 볼일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그런 우리의 모든 여정을 기뻐 받으시어 온 세상을 살리는 구원의 통로로 사용하실 줄 믿습니다. 마치 십자가의 고난이 참혹할수록 부활의 영광은 더없이 찬란하다는 복음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와 같은 진리를 가슴 깊이 품고 더욱더 주님과 발걸음을 맞추고 위로를 전하며 살아가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위로의 주 하나님
가인의 후손들에 둘러싸여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악한 이들의 폭력이 기세 등등하고 그들이 거둔 화려한 업적과 승리에 마음이 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과 동행하며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저희 삶을 기뻐 받으실 줄 믿습니다. 예수님을 본받아 더욱더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묵묵히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믿음의 자녀로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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