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9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32장 “이스라엘이라 부르리라” 찬송가 436, 438장
야곱은 마침내 라반의 손길에서 벗어났습니다. 커다란 위기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쌍둥이 형 에서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야곱은 에서의 다혈질 기질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반드시 야곱을 죽이겠다는 그의 다짐이 허언이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파악하였습니다. 20년이 지나도 자기를 향한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역시나 에서가 무려 사백 명이 되는 패거리를 거느리고 자신을 만나러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야곱은 또다시 공포에 사로 잡힙니다.
7절은 그런 야곱의 심리를 가리켜 ‘심히 두렵고 답답했다.’라고 묘사합니다.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올린 인생의 성과물인, 가족과 재산을 한 순간에 잃을 위기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모든 꾀를 동원합니다. 우선 가축을 두 떼로 나누어 만약 한 쪽을 공격하면 다른 한 쪽은 피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뿐만 아니라 에서의 마음을 녹일 선물로 동물들을 각각 떼로 나누어 차례대로 보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곱을 압도한 두려움은 사그러들지 않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뒤 기댈 마지막 방법은 그저 하나님 앞에 홀로 나아가 엎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께서 천사를 통해 찾아오셨습니다. 야곱과 밤새 씨름하셨습니다. 격한 몸부림 끝에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부러졌습니다. 그럼에도 야곱은 물러서지 않고 축복을 구합니다. 그 때 하나님은 뜻밖의 질문을 불쑥 던집니다. 27절 읽겠습니다.
27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하나님께서는 엉뚱하게도 야곱의 이름을 물으셨습니다. 모르셔서가 아닙니다. 이름에 담긴 자신의 정체성을 그가 스스로 확인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잘 아시는 대로 야곱은 ‘발 뒤꿈치를 붙잡다. 남을 속이고 걸려 넘어지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이름 그대로 지금껏 그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입니다. 그의 좌절과 한계가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적어도 당신에게 자기를 속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주길 바랐습니다. 그런 질문에 응답해 야곱은 자기 이름을 ‘야곱’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위대한 응답을 주셨습니다. 28절 읽겠습니다.
28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하나님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어주셨습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호칭이 변화된 사건이 아닙니다. 성경 속 이름에는 하나님의 창조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즉, 하나님은 야곱을 야곱의 삶에서 남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인생에서 이스라엘로 새롭게 창조하시겠다는 뜻을 보이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무슨 뜻일까요?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감히 하나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정확히는 ‘하나님이 져준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반응하고 응답하셨다는 뜻 입니다. 이처럼 야곱이 하나님께 자신의 야곱 됨을 인정할 때, 주님은 야곱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인 ‘이스라엘’로 변화를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대로 나머지 인생을 이끄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새벽 시간 하나님께 자신의 야곱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주님 앞에서는 애써 자신을 꾸미지 마시길 바랍니다. 내 한계와 결핍, 내가 그토록 못나게 느끼는 자기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시길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찬란한 복음을 선포하신 하나님께서 그런 우리를 품어 안으시고 새롭게 변화시키실 줄 믿습니다. 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시는 음성에 귀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르리라”
기도
위대한 창조의 주 하나님
인생의 깊고 깊은 절망 한 복판에서 얍복 나루에 홀로 남아 몸부림친 야곱에게서 저희 아픔과 고통을 발견합니다. 그런 저희의 이름을 물으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입니다.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슬픔에 응답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자녀이며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참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항상 소중히 마음에 품고 절망을 딛고 일어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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