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0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33장 “이스라엘의 하나님”
지난 밤 요셉은 인생에서 가장 처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곧 에서와 그의 무리 400명과 마주하게 됩니다. 어떤 처참한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많은 재산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가족 모두를 잃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요셉은 결국 얍복 나루에서 하나님과 씨름을 합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이라는,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위대한 새 이름을 얻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몰골은 영락없는 패배자입니다. 온 몸이 땀과 눈물로 얼룩져 있습니다. 게다가 허벅지 관절이 부러져 심하게 절뚝거립니다.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야곱이 눈을 들어보니 듣던 대로 에서가 부사 사백 명을 거느리고 다가 오고 있습니다. 야곱은 가족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혀 예의를 표하며 에서에게 다가갑니다. 이 때 야곱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시간이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을 겁니다. 분명 어제 하나님의 뜨거운 임재를 체험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협은 살아 있습니다. 마치 사자의 입에 머리를 들이미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뜻 밖의 장면이 펼쳐 집니다. 에서가 달려와 야곱을 부둥켜 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 순간 오랜 원망과 분노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엉엉 울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벌여졌을까요? 물론 우리는 쉬운 답을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어 에서의 마음을 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그때, 에서의 눈에 보인 야곱의 모습을 떠올려야 합니다. 만약 야곱이 자수성가한 부자로서 기세등등하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자기가 보낸 선물을 두고 생생을 부렸다면 어땠을까요? 그 순간 에서에게는 어린 시절 야곱의 교활하고 영악한 모습이 떠올랐을 겁니다. 금세 지난날 야곱에 의해 빼앗긴 아버지의 복을 떠올리며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야곱의 상태는 정반대입니다. 영락 없이 패배와 좌절로 처량한 신세입니다. 에서의 긍휼을 끌어오르는 모습입니다. 자연스런 용서에 이르는 용모입니다. 그 결과 놀라운 화해와 구원이 이루어 졌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밤, 복을 구하는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신 주님의 뜻을 깨닫게 됩니다. 그를 좌절하고 무너뜨리려는 게 아닙니다. 야곱을 참으로 살리시는 은혜의 손길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마친 야곱의 신앙고백을 20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20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불렀더라
야곱은 제단을 쌓아 하나님께 예배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그 제단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 이름을 통해 지금 자기가 고백하는 신앙의 내용을 다시금 명확히 합니다. 바로 ‘엘엘로헤이스라엘’입니다. 뜻을 풀이하면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입니다. 야곱에게 하나님은 관념적인 절대자가 아닙니다. 단순히 할아버지로부터 전해오는 가족 종교의 신도 아닙니다. 자기를 이스라엘로 변화시키신 ‘나의 하나님’입니다.
그 하나님이 곧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때로 허벅지 관절이 부러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크게 휘청거릴 때가 찾아옵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참한 좌절과 절망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음 깊이 깨달아 아시길 바랍니다. 그 모든 어둠과 아픔은 우리를 살리시려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은혜입니다. 마치 십자가의 죽음이 부활의 생명으로 이어진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무런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죄인의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모욕을 당하고 뼈가 꺾이고 모든 피를 다 흘리셨습니다. 그 모든 희생이 온 세상을 살렸습니다. 그러므로 아프고 힘들수록,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 하나님이 바로 ‘나의 하나님’ 이심을 진심으로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전능하신 만유의 주님께서 우리의 모든 고난을 품으시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줄 믿습니다.
기도
놀라운 사랑과 은혜의 주 하나님
온통 땀과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휘청거리는 야곱에게서 저희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 모든 아픔을 통해 화해와 평화를 이루신 주님의 은혜를 높여 찬양합니다. 때로 저희 삶에 찾아오는 좌절 역시,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임을 진심으로 고백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삶 깊숙이 다가오시어 가장 선한 길로 이끄시는 주님의 뜻을 신뢰하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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