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0일 화요일

창세기 42장 “그를 내 손에 맡기소서”

2026년 1월 21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42장 “그를 내 손에 맡기소서” 찬송가 429, 430장

창세기의 시선은 요셉에서 야곱의 가족들로 향합니다. 기나긴 흉년의 피해가 그들이 사는 가나안 땅에도 미쳤습니다. 야곱은 어딘가에서 들은 소식을 아들들에게 알려줍니다. 주변 나라들과 달리 곡식을 많이 모아둔 이집트에서 먹을거리를 사오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요셉의 형 열 명이 이집트로 향합니다. 하지만 야곱은 베냐민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요셉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모습입니다. 

마침내 형들은 이집트 총리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요셉 앞에 엎드려 곡식을 사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 순간 요셉의 심장이 철렁했을 겁니다. 온갖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선명하게 영혼 깊이 다가오는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래전 그에게 보여준 꿈이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지금껏 겪은 모든 시련이 주님의 깊은 뜻 안에 있었음을 다시금 생생히 깨달았습니다. 섣불리 분노를 불태우며 보복하지 않고 차분히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동시에 불현듯 생각나는, 애타게 그리운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동생 베냐민입니다. 아쉽게도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베냐민도 나처럼 형들에게 구박을 당하진 않았는지 몹시 걱정되었습니다. 근엄하게 목소리를 깔며 형들을 몰아붙였습니다. 그들이 정탐꾼이라며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풀려나길 원한다면 고향에 두고 온 베냐민을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 때, 형들이 나눈 대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21~22절을 보면, 놀랍게도 형들은 요셉에게 저지른 범죄를 뉘우치며 죄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철없던 지난날, 시기심에 사무쳐 어린 동생에게 범했던 가혹한 폭력의 칼날이 자기들에게 되돌아 왔다고 느꼈습니다. 그 핏값으로 외국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고 자책하였습니다. 

그 모든 대화를 요셉이 들었습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우고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추스른 다음에 돌아왔습니다. 타협책을 제시합니다. 그들 전부가 아니라 시므온만 붙잡고 나머지는 돌려보내며 베냐민을 데려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양식을 넉넉히 주고 받은 돈을 돌려주라고 하였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위험을 겪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던 형들은 여관에서 다시 돈을 발견합니다. 염탐꾼에 더해 절도범으로 몰릴 위기를 느낀 그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들은 집에 도착해 아버지에게 이집트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들들이 무사히 곡식을 가져오기만 바랐던 야곱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느꼈습니다. 이미 요셉을 잃었는데 시므온도 이집트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게다가 라헬이 남긴 마지막 아들 베냐민까지도 빼앗길지 모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암담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야곱은 슬픔과 분노에 사무쳐 아들들에게 절절한 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이때 장남 르우벤이 아버지에게 한 말을 주목해야 합니다. 37절 함께 읽겠습니다.

37 르우벤이 그의 아버지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가 그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오지 아니하거든 내 두 아들을 죽이소서 그를 내 손에 맡기소서 내가 그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돌아오리이다

르우벤은 비탄에 잠긴 아버지를 위로하며 약속합니다. 만약 베냐민을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자기의 두 아들을 죽여도 된다고 말합니다. 이 안에 너무나 많은 게 담겨 있습니다. 르우벤은 지난 날, 어리석은 욕망으로 아버지의 침실을 더럽혔습니다. 분명 이후 아버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요셉을 잃은 야곱의 슬픔을 진심으로 공감했습니다. 자기 아들을 잃을 각오까지 하며 적극적인 희생을 공개적으로 다짐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요셉이 지금껏 겪은 시련들을 통해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간 시간 동안, 야곱의 아들들 또한 고통과 슬픔 가운데 다듬어지고 변화되었습니다. 그러다 그들이 현재 처한 절망과 공포 역시 이후 펼쳐질 놀라운 구원의 과정입니다. 지금 당장은 완전히 끝난 것 같은,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사라진 암흑의 절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셉의 꿈을 통해 도무지 온 우주를 아우르는 찬란한 계획을 선포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방법으로 야곱 가족의 인생을 신실하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야곱의 하나님이, 요셉의 하나님이 곧 나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하시길 바랍니다. 그 날, 요셉이 흘린 눈물을 함께 흘리시길 바랍니다. 그의 가슴을 뒤흔든 감동을 함께 느끼시길 바랍니다. 요셉이 겪은 좌절은 그대로 묻히지 않고 형들의 참회로 이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껏 우리가 지나온 숱한 비극은 결코 그 자체로 멈추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부활의 찬란한 영광으로 이어졌듯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계획하신 위대한 구원으로 열매 맺을 줄 믿습니다. 그 은혜를 더욱 소망하고 신뢰하며 살아가는 오늘 하루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넓고 높은 계획을 이루시는 주 하나님
야곱의 시련 끝에 이집트 총리로 세우시는 동안, 형들에게도 성숙과 변화의 시간을 이끌어 오셨음을 발견합니다. 지금 저희가 겪는 여러 아픔과 고통을 주님께서 허비하지 않으심을 믿습니다. 그 모든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고, 어둠이 빛으로 새롭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매일 삶을 담대히 지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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