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6일 월요일

창세기 47장 “나그네 길”

2026년 1월 27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47장 “나그네 길” 찬송가 433, 435장

요셉은 가족들이 이집트에 도착하자 형들 중 다섯 명을 선택해 파라오 앞에 모시고 갑니다. 파라오가 예상대로 그들에게 본래 하던 일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형들은 요셉에게 미리 들은 대로 답을 합니다. 조상들로부터 대대로 가축을 치던 목자들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차가운 현실이 녹아 있습니다. 이집트는 목축업을 천대하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이집트를 구한 영웅으로서 온 나라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파라오는 그에게 과감히 권한을 위임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요셉의 가족을 환대하며 이집트에서도 손꼽히는 좋은 땅 라암셋을 주어 그곳에 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요셉과 그의 가족들은 이방인입니다. 역사 속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이방인은 언제나 경계 대상입니다. 어디서 불어오는 지 알 수 없는 바람에 나라 안 분위기가 삽시간에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요셉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파라오와 그 주변 권력층이 혹시 모를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가업이 비천한 목축업이라고 아뢰었습니다. 굳이 자랑할만한 다른 요소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을 철저히 낮추었습니다. 이집트 안에 남부러울 것 없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그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 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출애굽기에서 펼쳐질 이스라엘의 고난을 암시합니다. 요셉 이야기가 한 사람의 감격적인 성공신화가 아니라 험악한 인생 길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여기서 확인합니다.

파라오는 자기에게 찾아온 야곱에게 연세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야곱은 이렇게 답을 합니다. 9절 함께 읽겠습니다.

9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야곱은 자기 나이를 두고 백 삼십세라고 짧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지나온 고단한 인생을 ‘나그네 길 세월’이라고 묘사합니다. 노인 야곱은 자기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약삭 빠른 자기 머리로 치밀하게 꾸민대로 삶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주님께서 그의 앞길을 이끄시고 인도하셨습니다. 그 놀랍고 위대한 계획 앞에 자기를 내려놓고 항복한 야곱을 하나님은 그의 사랑하는 아들 요셉을 통해 끌어 안아 주셨습니다. 야곱은 노년에 이와 같은 은혜를 마음 깊이 품으며 자신의 신앙을 유언에 담습니다. 30절 함께 읽겠습니다.

30 내가 조상들과 함께 눕거든 너는 나를 애굽에서 메어다가 조상의 묘지에 장사하라 요셉이 이르되 내가 아버지의 말씀대로 행하리이다

야곱은 이집트의 위대한 총리의 아버지로서 자기 인생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제국의 온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당대 최고의 화려한 문명에 기대어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이집트 역시 나그네 길에 잠시 머무는 곳으로 여겼습니다. 자기가 돌아가야 할 곳은 가나안이라는 걸 가슴 저릿하게 고백했습니다. 단지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 땅이 상징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주님의 위대한 약속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도 나그네 길을 걷습니다. 모든 하나님의 자녀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나그네입니다. 오늘날의 그 어떤 이집트도, 그 어떤 파라오의 금은보화도 우리의 목적지가 아닙니다. 염려와 불안을 끊임없이 이겨내며 주님의 이끄심을 따라 묵묵히 나아가는 인생입니다. 때로는 야곱이 말하듯 험악한 세월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삶의 여정을 하나님께서 가장 신실하게 품으실 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 손길을 의지하며 거친 현실을 딛고 일어나 믿음의 걸음을 내딛길 축원합니다.


기도
저희 인생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
아들 요셉에 의해 파라오의 환대 가운데 도착한 이집트 땅에서 야곱의 가족들은 여전히 이방인이었습니다. 야곱은 눈에 보이는 풍요에 안주하지 않고 차가운 현실에 직면하며 언약을 품으며 인생을 돌아보았습니다. 그와 같이 저희 인생 또한 ‘나그네 길’임을 명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험악한 세월을 보낼 때, 신실하신 주님의 뜻을 신뢰하며 인생의 방향을 올바로 점검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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