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8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31장 “고난과 수고를 보시고” 찬송가 542, 543장
야곱이 다시 도망칩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네 아내와 자녀들과 종들, 그리고 그가 이룬 많은 가축이 그를 바라봅니다. 20년 전, 하란을 향해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압도적인 부담과 두려움을 안고 마침내 라반의 집을 나섭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야곱과 그의 가족은 그런 무모한 결정을 내렸을까요?
직접적인 원인은 라반의 안색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읽은 30장의 마지막 절, 즉 31장 바로 앞에는 야곱이 매우 번창했다고 기록합니다. 과거에는 라반과 야곱 사이 재산 구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릅니다. 라반은 사위의 몫을 따로 챙겨주겠다는 자기 약속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늘어난 야곱의 재산에 우선 라반의 아들들이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급기야 라반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야곱은 더 이상 이 상황을 감수할 수 없었습니다. 장인 라반의 표독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머지않아 커다란 위협이 자기에게 찾아올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두 아내, 레아와 라헬 역시 야곱의 결정에 동의합니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15절에 보면 “아버지가 우리를 팔고 우리의 돈을 다 먹어버렸으니”라고 말합니다. 가족보다 돈과 이익을 우선시 하는 라반의 성품을 낱낱이 드러내는 평가입니다.
결국 야곱의 가족을 도망칩니다. 하지만 금세 잡히고 맙니다. 사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가축을 포함한 거대한 무리를 소수의 추격대가 쫓아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칠일 만에 야곱에게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하나님께서 라반에게 나타나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경고하셨습니다.
그러자 라반은 야곱에게 궁색한 변명을 댑니다. 자기 딸, 손자들과 인사 나누지 못해 아쉬운 척 합니다. 그런 다음 자기 집에 둔 우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라헬이 훔쳐간 사실을 알지 못한 야곱은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라반은 라헬이 감춘 우상을 끝내 찾지 못합니다. 그러자 야곱에게 20년간 쌓은 감정이 폭발합니다.
40 내가 이와 같이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냈나이다 41 내가 외삼촌의 집에 있는 이 이십 년 동안 외삼촌의 두 딸을 위하여 십사 년, 외삼촌의 양 떼를 위하여 육 년을 외삼촌에게 봉사하였거니와 외삼촌께서 내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셨으며
야곱은 20년 동안 장인어른 밑에서 일하며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길어서 다 읽지는 않았지만 38, 39절에 의하면 그가 키운 가축 암컷들은 낙태하지 않았고 숫양은 먹지 않았습니다. 맹수에게 물리거나 도둑 맞은 것은 변상했습니다. 그렇게 밤낮으로 쉴틈없이 노동 착취를 당했습니다. 게다가 라반이 품삯을 무려 열 번이나 바꾸었습니다. 실상 노예와 다름없는 처지였습니다. 최근에야 겨우 하나님의 도움으로 자기 재산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라반은 야곱을 해치려고 하였습니다.
만약 라반이 의도한 대로 이루어졌다면, 야곱의 인생은 이루말할 수없이 비참하고 초라한 삶입니다. 하지만 그 절망 가운데 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그는 고백합니다. 42절 읽겠습니다.
42 우리 아버지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곧 이삭이 경외하는 이가 나와 함께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외삼촌께서 이제 나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으리이다마는 하나님이 내 고난과 내 손의 수고를 보시고 어제 밤에 외삼촌을 책망하셨나이다
야곱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지금 목숨을 건진 까닭은, 라반이 평소 인성과 달리 자기를 내버려둔 이유는 하나님의 임재 덕분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 20년전 벧엘에서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지켜 보호 하신 덕분입니다. 야곱은 이를 구체적으로 “하나님이 내 고난과 내 손의 수고를 보시고”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따뜻한 시선이 그의 영혼 깊은 곳을 어루만지시어 고난을 이겨내게 하셨습니다.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향해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고난과 수고를 보고 계심을 믿습니다. 살아가며 여러 라반을 만납니다. 우리를 이용하고 억누르고 위협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로 인해 억울한 눈물을 흘리고 상처입고 지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벧엘 언약을 품고 지키는 우리의 인내와 고난을 하나님께서 보고 계십니다. 가장 합당한 때에 합당한 방법으로 찾아오시어 새로운 살 길을 열어 주십니다. 그 손길을 붙잡고 나아가는 오늘 하루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자녀들의 모든 고난과 수고를 보시는 아버지 하나님
라반 밑에서 20년간 겪은 야곱의 착취와 억압을 주님께서 잘 알고 계셨듯이, 저희의 아픔 또한 주님께서 헤아리시고 응답하여 주심을 믿습니다. 그 어떤 시련에도 좌절하지 말고 다시 일어날 힘을 주시옵소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며 깊은 어둠 가운데 오히려 더욱 빛나는 찬란한 영광을 품고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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