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1일 일요일

창세기 34장 “휘몰아치는 폭풍 한가운데서”

2026년 1월 12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창세기 34장 “휘몰아치는 폭풍 한가운데서” 찬송가 412, 413장

야곱은 힘겨운 위기를 연달아 넘겼습니다. 그 후 그는 원래 목적지인 고향으로 형 에서를 따라 가지 않습니다. 그 대신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밭을 사고 정착합니다. 마침내 안도감을 느꼈을 겁니다. 이제 풍요로운 땅에서 자리를 잡고 여유를 누리고 살 기대에 부풀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삶은 고통입니다. 극적인 시련을 통과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외동딸 디나가 수치를 당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극도의 긴장 속에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소녀는 풍족한 땅 세겜에 도착해 흥분에 사로잡혔을 겁니다. 그 땅에 사는 또래 소녀들의 일상에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외국의 대도시에 여행을 가면 그렇듯이 그곳의 활력 넘치는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시장과 중심가를 돌아다녔을 겁니다.

하지만 이방인은 쉽게 눈에 띄게 됩니다. 아마도 디나의 외모가 매력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 지역의 권력자가 마음에 들어하며 억지로 욕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가 디나에게 푹 빠져들었습니다. 단순한 욕망의 대상이 아닌 아내로 삼고자 하였습니다. 아버지 하몰에게 결혼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이 소식이 야곱에게 들려왔습니다. 아버지로서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입니다. 짙은 후회와 번민이 가슴에 밀려왔을 겁니다. 하지만 야곱에게는 함부로 화를 표출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는 힘없는 이방인
입니다. 반면 가해자는 절대 권력을 손에 쥐었습니다. 고대 부족 사회에서 족장이 쥔 권한은 막강했습니다. 복잡다단한 현실의 역학관계가 아버지의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서늘한 침묵이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영악함과 삼촌의 폭력성을 함께 지녔습니다. 동생에 대한 복수심과 세겜의 재물을 향한 탐욕으로 폭주합니다. 이 둘이 합해져 잔인한 학살을 저지릅니다. 그들은 세겜과 하몰을 속입니다. 결혼 조건으로 상대 부족 남성들의 할례를 요구합니다. 그들로서는 솔깃한 제안입니다. 상당한 재산을 일군 야곱 가문과 섞여 교류하면 그들에게도 큰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히위 족속 남자들이 할례를 받고 사흘 째 되던 날,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그들에게 디나의 오빠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가지고 기습하였습니다. 하몰과 세겜을 비롯한 모든 남자들을 죽이고 여동생 디나를 데려옵니다. 다른 아들들은 피비린내 나는 성읍에 들어가 그곳 재산을 약탈해 가져왔습니다.

그러자 야곱은 아들들의 무모한 만행을 꾸짖었습니다. 그들이 살해한 부족과 이웃한 다른 부족들이 보복을 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엄습한 것을 느꼈습니다. 이성적인 야곱으로서는 너무나 두렵고 떨리는 상황입니다. 또다시 가족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들들이 아버지를 향해 거칠게 대들었습니다. 이미 파탄 난 부자 관계가 이 사건으로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세겜에서 야곱이 잠시 누린 평온은 이렇게 산산조각이 났습다. 본문 앞에 있는, 33장 마지막 단락의 언급, 야곱이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러”와 대비를 이룹니다. 또한 이어지는 35장의 시작에 기록된 하나님 말씀, ‘벧엘로 올라가라’의 배경이 됩니다.

우리에게 평화를 보증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이나 비극이 엄습합니다. 이 잔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인생의 가장 어두운 밤에 만났던 빛을 기억하고 그곳으로 향해야 합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고통만 있지는 않습니다. 비극과 직면하고 통과한 사람에게 비로소 참 평화가 찾아옵니다. 십자가를 통해 몸소 어둠 한복판으로 다가오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삶의 어둠을 이기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평강의 주 하나님
세상 그 어느 곳도, 화려하고 번성해 보인 세겜도 결코 안전하지 않고 도리어 야곱에게 커다란 위기를 가져온 성읍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쉽게 판단하는 조건으로 삶의 거처를 정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진정한 평강의 주이신 주님의 뜻에 귀 기울이며 인생 여정을 내딛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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