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6일, 금, 삼덕교회 새벽기도회, 목사 정대진
사도행전 10장 17~33절 "뜻밖의 만남을 통해"
17 베드로가 본 바 환상이 무슨 뜻인지 속으로 의아해 하더니 마침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을 찾아 문 밖에 서서 18 불러 묻되 베드로라 하는 시몬이 여기 유숙하느냐
하거늘 19 베드로가 그 환상에 대하여 생각할 때에 성령께서 그에게 말씀하시되 두 사람이 너를 찾으니 20 일어나 내려가 의심하지 말고 함께 가라 내가 그들을 보내었느니라 하시니 21 베드로가 내려가 그 사람들을 보고 이르되 내가 곧 너희가 찾는 사람인데 너희가 무슨 일로 왔느냐 22 그들이 대답하되 백부장 고넬료는 의인이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라 유대 온 족속이 칭찬하더니 그가 거룩한 천사의 지시를 받아 당신을 그 집으로 청하여 말을 들으려 하느니라 한대 23 베드로가 불러 들여 유숙하게 하니라 이튿날 일어나 그들과 함께 갈새 욥바에서 온 어떤 형제들도 함께 가니라 24 이튿날 가이사랴에 들어가니 고넬료가 그의 친척과 가까운 친구들을 모아 기다리더니 25 마침 베드로가 들어올 때에 고넬료가 맞아 발 앞에 엎드리어 절하니 26 베드로가 일으켜 이르되 일어서라 나도 사람이라 하고 27 더불어 말하며 들어가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28 이르되 유대인으로서 이방인과 교제하며 가까이 하는 것이 위법인 줄은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께서 내게 지시하사 아무도 속되다 하거나 깨끗하지 않다 하지 말라 하시기로 29 부름을 사양하지 아니하고 왔노라 묻노니 무슨 일로 나를 불렀느냐 30 고넬료가 이르되 내가 나흘 전 이맘때까지 내 집에서 제 구 시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빛난 옷을 입고 내 앞에 서서 31 말하되 고넬료야 하나님이 네 기도를 들으시고 네 구제를 기억하셨으니 32 사람을 욥바에 보내어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청하라 그가 바닷가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유숙하느니라 하시기로 33 내가 곧 당신에게 사람을 보내었는데 오셨으니 잘하였나이다 이제 우리는 주께서 당신에게 명하신 모든 것을 듣고자 하여 다 하나님 앞에 있나이다
어제 말씀 드린 대로 사도행전 10장은 바울의 회심에 이어 베드로 역시 온 세상을 향한 선교에 눈을 뜨는 결정적인 사건을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어제 읽은 1~16절은 여전히 유대교의 제한적 인식으로 복음을 이해하고 있던 베드로로 하여금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게 하는 인물을 소개합니다. 바로 가이사랴 주둔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던 로마 장교 고넬료입니다. 그는 로마 군인이었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며 많은 구제와 기도를 이어가는 경건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예수님을 알지 못한 채 구약에만 의존한 신앙 생활을 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두 사람을 만나게 함으로서 예수님으로 말미암은 드넓은 복음의 지평을 둘 다 깨닫게 하시려는 놀라운 계획을 실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베드로에게 환상을 보여주셨습니다. 고넬료가 보낸 부하들이 그에게 향하는 중에 베드로는 율법 전통에 따라 한낮임에도 지붕에 올라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 때, 하늘로부터 커다란 그릇이 내려왔는데 거기에는 율법에 금지된 먹을거리들이 잔뜩 담겨 있었고 그것을 잡아먹으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것이 세 번이나 반복된 하나님의 말씀이었음에도 그는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익숙했던 기존의 진리와 전혀 다른 새롭고 낯선 복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오늘 본문 말씀은 그러한 환상을 본 이후 어리둥절해 있던 베드로에게 일어난 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방금 자기가 본 계시의 의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계속 그 뜻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베드로가 신세지고 있던 집 문 밖에 서서 그를 찾았습니다.
이것은 얼핏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상당히 긴장감 넘치는 상황입니다. 본문에서 정확히 언급되진 않지만 이 때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의 그의 부하들인 로마 군사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베드로는 로마의 입장에서는 제국의 질서를 거부하여 끝내 반역법으로 극형을 당한 예수를 여전히 추종하며 그를 “주님”으로 부르는 잔존 반란 세력입니다. 그렇다면 베드로를 찾으러 로마 군인들이 도착했을 때, 주변 모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스스로도 자신을 잡아 가두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 때 그런 베드로를 성령님께서 안심시키시며 그들을 당신께서 보내셨기 때문에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용기를 얻은 베드로는 고넬료의 부하들에게 그들이 찾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며 대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들은 전혀 뜻 밖의 말을 하였습니다. 22절 제가 읽겠습니다.
22 그들이 대답하되 백부장 고넬료는 의인이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라 유대 온 족속이 칭찬하더니 그가 거룩한 천사의 지시를 받아 당신을 그 집으로 청하여 말을 들으려 하느니라 한 대
그들은 자신들의 지휘관인 고넬료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그는 우선 의인으로서 로마의 우상이 아닌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 신앙과 인품 덕분에 온 유다 백성들이 칭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천사가 나타나 베드로가 신세지고 있는 집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며 그를 모셔와 말씀을 듣도록 시켰다고 부하들이 대신 전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들을 따라가 마침내 고넬료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베드로는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본래 유대인으로서 이방인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전적인 섭리 가운데 자신이 고넬료의 가족들과 함께 있게 된 상황을 돌아보며 비로소 자신이 지붕에서 기도하다가 본 환상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28절 제가 읽겠습니다.
28 이르되 유대인으로서 이방인과 교제하며 가까이 하는 것이 위법인 줄은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께서 내게 지시하사 아무도 속되다 하거나 깨끗하지 않다 하지 말라 하시기로
하나님께서는 율법에 금지된 음식을 먹지 않는 베드로에게 15절에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이것이 단순히 먹을 것에 대한 말씀인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고넬료와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그 환상의 의미는 율법 안에서 음식 조항을 넘어 함부로 깨끗하거나 부정하다고 판단했던 모든 영역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더욱 직접적으로는 아브라함의 혈통을 타고나지 않은 이방인들은 저주 받은 더러운 존재들이 아니라 그들 역시 하나님의 사랑을 입어 예수님의 구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도 말씀 드렸듯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 그리스도인들인 우리로서는 이러한 복음의 내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듯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그 시대 성도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계시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고넬료 역시 자신이 겪은 신비로운 체험을 들려주었습니다. 비록 그는 로마군인 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야훼 하나님을 경외하며 유대인들의 경건 전통에 따라 제 구시, 오늘날로 따지면 오후 세시에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빛난 옷을 입은 한 사람, 즉 천사를 만났습니다. 그 천사는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구제를 기억하셨음을 알려주면서 도시 욥바에서 베드로가 머물고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며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서 베드로를 데려오라고 지시했음을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넬료는 베드로로부터 복음을 전해들을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이렇듯 베드로와 고넬료, 그 이전까지 생면부지였던 두 사람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진 것은 결코 그들의 계획이나 의지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성령님께서 베드로에게 천사가 고넬료에게 불연 듯 나타나 깊은 섭리 가운데 그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만남을 통하여 이방인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놀라운 역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하루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여러 만남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도무지 예상하거나 계획하지 못했던 만남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됩니다. 가령 저의 경우도 제가 삼덕교회 부목사로서 대구에 살며 여러분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지게 될 것을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물론 이렇게 감사하고 반가운 만남 못지않게, 불쾌하고 힘겨운 만남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작은 우주이기에 종종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부득이 대화를 할 때가 있습니다. 상상이상으로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일상을 공유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 모든 당황스러운 뜻밖의 만남을 통해 복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시길 원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얼마든지 고넬료에게 직접 예수님의 복음을 말씀하실 수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굳이 베드로를 만나 그를 통해 복음을 듣게 하신 까닭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말씀을 사람들을 통해 들려주길 원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간혹 하나님께서 직접 자신의 음성을 들려주실 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신비한 체험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방식은 사람들의 일상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의 입술에 당신의 말씀을 담아주실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도 주어진 모든 만남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의 음성에 겸손히 귀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사람들 사이의 모든 차이와 구별을 뛰어넘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복음을 진실하고 겸손하게 전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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