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7일, 삼덕기억학교 설교, 목사 정대진
마태복음 20장 19~21절 “비교하지 않는 믿음”
19 오랜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 그들과 결산할새 20 다섯 달란트 받았던 자는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내게 다섯 달란트를 주셨는데 보소서 내가 또 다섯 달란트를 남겼나이다 21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대진 목사입니다. 어르신들 이렇게 뵐 수 있어서 제가 더욱 반갑고 무척 기쁩니다. 점점 싸늘해지는 날씨 가운데 늘 건강하고 또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설교를 시작하며 질문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어르신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기 자신에 대해 늘 만족하고 행복하십니까? 아니면 혹시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요? 제가 요즘 들어 많이 느끼는 것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누구나 말 못할 고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며칠 전에 제가 예전에 섬겼던 교회 집사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모처럼 반갑게 통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집사님께는 중학교를 다니는 늦둥이 딸이 있었는데 어릴 때는 그렇게 착하고 얌전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급격히 반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학교에 무단으로 결석하고 급기야 자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는 딱히 하소연할 사람이 없어서 다른 교회로 간 저를 붙잡고 전화를 통해 한참을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대화를 하며 놀란 것은 그 집사님의 가정은 그 동안 남들이 보기에 전혀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주신 그 집사님은 탄탄한 공기업에서 상당히 높은 직책을 가지고 계셨고 아내 집사님도 교회 안에서 여러모로 인정받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그 집의 남매들도 매우 착하고 신앙 좋은 아이들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꺼풀 만 열어보면 차마 남들에게 말 못할 어려움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들과 비교할 때 그 어려움이 급격히 심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핍과 한계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정반대로 건강하고 부유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면 스스로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서 위축되는 경우가 참 많으실 겁니다. 그 집사님도 저에게 직접적으로 말씀은 안하셨지만 다른 집의 평범한 자녀들과 비교하며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함께 읽은 본문이 포함된 마태복음의 이야기에도 곁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함으로 말미암아 아쉬운 선택과 행동을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어느 큰 부자가 잠시 외국으로 갈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의 먼 옛날에는 오늘과 같은 개념의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재산을 오랫동안 잘 보관하는 것이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제대로 정리해 두지 않고 먼 길을 다녀왔을 때 그동안 모아두었던 재물을 한 순간에 잃기 쉬웠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금화로 바꾼 뒤에 가장 믿음직한 종 세 사람을 불러 모아서 그것을 나누어 주며 맡겼습니다. 문제는 그 금액이 제 각각 다르다는 사실이입니다. 한 사람은 다섯 달란트, 다른 사람은 세 달란트, 그리고 마지막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이 한 달란트 받은, 세 번째 사람이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저라면 무척 나빴을 것입니다. 이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지냈던 다른 두 사람과 확연히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5와 3과 1. 이렇게 전혀 다른 숫자의 무게감이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 그는 앞의 두 사람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합니다. 그 둘은 자신에게 맡겨진 달란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장사를 해서 돈을 남겼습니다. 반면에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돈을 그저 가만히 땅에 묻기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집주인이 돌아 왔습니다. 그런 다음, 종들의 확연히 다른 행동에 대한 분명히 다른 반응을 그들에게 하였습니다. 먼저, 자신들의 달란트를 가만히 움켜쥐기만 하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두 종에게는 아낌없는 칭찬과 상을 주었습니다. 본문 21절, 제가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반면에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기만 한 세 번째 종에게는 “악하고 게으르다!”라고 매섭게 꾸짖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가 했던 행동이 매우 어리석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던 원인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자신에게 주어진 한 달란트의 소중함을 모른 채 남들과 섵불리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달란트의 의미를 설명 드리자면, 이것은 당시 성인 남자가 20년 일해서 받을 품삯을 뜻합니다. 이것을 오늘 우리나라의 단위로 일 년에 2천 만원으로 잡아서 계산해 보면, 무려 사억이나 됩니다. 결코 적지 않은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따라서 이 한 달란트를 주인으로부터 맡은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함께 일했던 다른 종들의 손에 들려진 3달란트 그리고 5달란트와 비교하며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탈감에 사로 잡혔습니다. 그래서 정작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땅에 묻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세 명의 종들에게 각각 다른 액수를 맡긴 것은 그저 거기에 해당된 재능의 차이 때문일 뿐 결코 그들의 인격에 관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필요하게 자존심까지 상해하면 그릇된 실수를 저질렀고 그 결과 주인으로부터 엄한 질책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르신들도 부디 남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더욱 소중히 여기시길 꼭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가진 재산이나 다른 집 자녀들의 직업과 효심 등을 괜히 비교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저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제 주변에 제가 갖지 못한 것들을 여유롭게 누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은 그처럼 대단해 보이고 잘나 보이는 사람들도 분명히 저마다 말 못할 아픔과 부족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더욱더 긍정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어르신들 한 분 한 분께 주신 소중한 성품과 재능들을 남들 안 보이는 곳에 묻어만 두지 마시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누고 섬기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보다 풍성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더 나아가서 내 안에 있는 여러 못나고 아쉬운 모습들 까지도 애써 감추려 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긍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마음 그대로 우리를 지으신 아버지 하나님께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분명히 그런 우리 모두의 아픔과 슬픔까지도 사랑하시고 품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께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칭찬 받으며 하나님 나라의 즐거운 잔치를 삶을 통해 이어나가는 모두가 되시길 진심으로 소망하고 축복합니다.
기도
우리의 모습 있는 그대로 기뻐하시는 하나님
남들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길 원합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나 자신과 상황을 품어 안게 하시고 그 모두를 내면 깊은 어두운 곳에 감추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주신 성품과 재능을 통해 이 세상을 보다 환하게 밝히는 일을 주저 하지 않는 모든 어르신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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