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0일 금요일

혼자가는 먼 집 -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허 수 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문장 집배원"을 통해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적인 감동이 아직도 선하다.

그 때를 추억하며, 내일 마치는 청년회 수련회를 끝낸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란 핑계로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을 구매하고 모처럼 아래 영상을 찾아봤다.

시의 정서를 한 층 더 깊은 울림으로 전해주는 이금희씨의 낭독은 언제들어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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