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4장 10-23절 “부활을 소망하며”

부활절 일곱 번째 주일, 2016년 5월 8일, 부산진교회 청년예배 설교, 정대진 목사

사도행전 24장 10-23절 “부활을 소망하며”

10 총독이 바울에게 머리로 표시하여 말하라 하니 그가 대답하되 당신이 여러 해 전부터 이 민족의 재판장 된 것을 내가 알고 내 사건에 대하여 기꺼이 변명하나이다 11 당신이 아실 수 있는 바와 같이 내가 예루살렘에 예배하러 올라간 지 열이틀밖에 안 되었고 12 그들은 내가 성전에서 누구와 변론하는 것이나 회당 또는 시중에서 무리를 소동하게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니 13 이제 나를 고발하는 모든 일에 대하여 그들이 능히 당신 앞에 내세울 것이 없나이다 14 그러나 이것을 당신께 고백하리이다 나는 그들이 이단이라 하는 도를 따라 조상의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과 선지자들의 글에 기록된 것을 다 믿으며 15 그들이 기다리는 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나도 가졌으니 곧 의인과 악인의 부활이 있으리라 함이니이다 16 이것으로 말미암아 나도 하나님과 사람에 대하여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쓰나이다 17 여러 해 만에 내가 내 민족을 구제할 것과 제물을 가지고 와서 18 드리는 중에 내가 결례를 행하였고 모임도 없고 소동도 없이 성전에 있는 것을 그들이 보았나이다 그러나 아시아로부터 온 어떤 유대인들이 있었으니 19 그들이 만일 나를 반대할 사건이 있으면 마땅히 당신 앞에 와서 고발하였을 것이요 20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내가 공회 앞에 섰을 때에 무슨 옳지 않은 것을 보았는가 말하라 하소서 21 오직 내가 그들 가운데 서서 외치기를 내가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하여 오늘 너희 앞에 심문을 받는다고 한 이 한 소리만 있을 따름이니이다 하니 22 벨릭스가 이 도에 관한 것을 더 자세히 아는 고로 연기하여 이르되 천부장 루시아가 내려오거든 너희 일을 처결하리라 하고 23 백부장에게 명하여 바울을 지키되 자유를 주고 그의 친구들이 그를 돌보아 주는 것을 금하지 말라 하니라

저는 서울에 살 때,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심란할 때면 양화진에 위치한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 종종 찾아가 거닐 곤 했습니다. 장소 자체가 한강변에 아름답게 조성된 까닭도 있지만, 거기에 잠든 선교사님들의 발자취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몹시 숙연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한 분의 묘비 앞에 매 번 가만히 오래 머무르곤 하였습니다. 바로 선교사 “존 헤론”(John W. Heron)입니다.

그는 1883년 2월 미국 테네시대학 의학부를 역대 수석으로 졸업하였습니다. 그런 그의 앞에는 당연하게도 교수직을 비롯한 여러 안락하고 보장된 삶이 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뜻 밖에 다른 진로를 선택합니다. 그것은 그가 의대에 진학하며 품었던 꿈 그대로 의료선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헤론이 선교지로 택한 곳은 그 시대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못했던 조선이었습니다.

이것은 그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그는 아버지의 반대와 약혼녀의 만류를 비롯한 많은 문제를 해쳐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선교사역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래서 비록 도착은 알렌과 언더우드 선교사보다 늦었지만, 공식적인 제1호 조선 선교사로 가장 먼저 임명받았습니다. 그리고 1885년 6월 21일, 마침내 그는 서울에 도착하였고 2년 뒤인 1887년 9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왕립병원인 “제중원”의 제 2대 원장 겸 고종황제의 주치의로 임명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이 때 헤론이라면 이제 한 숨을 돌리고 마음 편히 누릴 것을 다 누리면서 여유롭게 살 것 같습니다. 그간 충분히 고생은 할 만큼 다 했습니다. 그 시대 서양인들의 눈에 보기에 미개하기 이를 데 없는 멀고 먼 동양의 작은 나라에 와서 여러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많은 환자들을 돌보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로부터 앞으로 평생 존경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이미 갖추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이제부터 선교사로서의 명예를 누리면서도 왕의 주치의라는 높은 지위를 이용해 편안한 삶을 산다 해서 그에게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헤론은 그렇게 하지 않고 변함없이 크나큰 희생을 감수하였습니다. 그는 부족한 약품과 일손에도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조선인들을 차별 없이 진료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심지어 새벽부터 밀려오는 260명이 넘는 환자들을 하루 종일 정성스레 치료하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왕진가방을 들고 농어촌을 다니며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렇듯 선교사 존 헤론은 많은 부와 지위를 누리며 살 수 있었음에도,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이 땅에 전하기 위해 그 모두를 주저 없이 포기 하며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삶을 일관되게 살아갔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헤론의 위대한 여정을 돌이켜 볼 때마다 자연스레 사도 바울이 생각나곤 합니다. 생명의 복음을 향한 그 둘의 바보 같은 희생이 무척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당시 그가 속한 민족 공동체의 최고 엘리트이자 귀족이었습니다. 그는 우선 사울 왕을 배출한 왕가로서의 굳센 자부심을 지닌 베냐민 지파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그 시대 가장 존경받는 스승인 가말리엘의 제자로서 당대 최상의 율법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열심 있는 바리새인으로서 매우 열정적인 신앙을 주위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도행전 7장 58절에 따르면, 스데반 집사가 순교하는 순간 사람들이 그들의 소중한 재산인 겉옷을 바울에게 맡겼습니다. 또한 그가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다메섹으로 향할 때 대제사장으로부터 그 일에 대한 공인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분명히 바울은 로마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는 그 시대 유대인들로부터 차세대 리더로서 촉망받고 있었음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게다가 그는 로마시민권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로마 제국에 영합해서 온갖 부귀영화를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사회적 배경도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바울은 모든 이들에게 아낌없는 기대와 지원을 풍성히 받으며 보장된 탄탄대로의 출세 길을 거침없이 달려 나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자신을 향해 먼저 달려오신 예수님의 일방적인 사랑을 만나고 복음 앞에 엎드리고 말았습니다.

이때 그에게는 충분한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비록 유대교 주류에서 기독교로 자신의 신념은 완전히 바뀌었지만 얼마든지 믿음을 감추고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금껏 누려온 기득권을 지키면서도 조용히 신앙생활 하며 때때로 몰래 교회를 돕는다고 해서 그에게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것만으로도 다른 그리스도인들로부터 충분히 칭찬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를 압도한, 그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이 너무도 분명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 소명에 응답하여 지난 날 자신이 핍박하고 무시했던 그 예수님이야 말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토록 간절히 기다려왔던 메시아라고 거리낌 없이 공개적으로 외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바울은 자기에게 허락된 그 모든 안락한 풍요와 지위를 어느 순간 갑자기, 복음을 위해 기꺼이 내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때, 그런 그에게 로마시민권을 물려준 그의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함께 어울려 지내며 성공을 다짐했던 그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과연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비친 바울의 모습은 마치 조선을 향해 선교사로 떠나는 존 헤론을 바라보는 그 주변 사람들의 눈길과 흡사하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그의 선택은 단순히 출세 길에서 멀어진 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본문 앞부분인 23장 12절 이하의 내용을 보면 무려 마흔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절대 아무런 음식도 입에 대지 않기로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그가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신앙의 방향이 전적으로 변화된 이 후 그를 향한 많은 이들의 기대가 거센 미움과 증오로 돌변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이와 같은 배경 가운데 로마 제국이 파견한 유대 총독인 벨릭스 앞에서 자신을 변호 하고 있는 바울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앞서 대제사장과 유대교 장로들이 고용한 변호사인 “더둘로”로부터 고발을 당하여 피고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원고로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차례가 되었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을 대신하여 더둘로가 그에 대해 고발한 내용은 간단합니다. 즉, 바울은 전염병처럼 유대인들을 소란 시키는 나사렛 이단의 우두머리로서 거룩한 하나님의 전을 더럽히려 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고발에 대해 바울은 우선 자신은 혐의와 달리 성전에서 그 어떤 무리도 모으지 않았음을 강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신앙을 증언합니다. 다함께 14-15절 말씀 한 목소리로 읽겠습니다.

14 그러나 이것을 당신께 고백하리이다 나는 그들이 이단이라 하는 도를 따라 조상의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과 선지자들의 글에 기록된 것을 다 믿으며 

15 그들이 기다리는 바 하나님께 향한 소망을 나도 가졌으니 곧 의인과 악인의 부활이 있으리라 함이니이다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은 바울을 향해 그가 이단에 빠져, 하나님의 뜻에서 멀어져 어긋난 길로 빠졌다고 고소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결코 그렇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그 근거로써 자신을 고소한 그들과의 세 가지 공통점을 나열합니다. 첫째로 그는 그들과 다른 하나님이 아니라 “같은 조상의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둘째로 그는 다른 책이 아닌, 그들과 똑같이 “율법과 선지자들의 기록된 것” 곧, 오늘날 우리에게 까지 전해진 구약성경을 믿었습니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셋째로 그들과 동일하게 “의인과 악인의 부활”을 소망하고 있음을 고백하였습니다.

이처럼 바울은 다른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과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같은 말씀을 읽고 또 같은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왜 그들로부터 이단으로 몰렸을까요? 반대로, 왜 그 시대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은 동일한 하나님과 말씀과 부활의 소망 안에서 예수님을 자신들의 구세주로 고백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그럴 수 없었을까요? 그것은 그들이야말로 참된 하나님의 뜻에서 떠나 말씀의 본질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 곳곳에는 예수님께서 서기관과 바리새인 그리고 사두개인 등 당시 유대교를 주도하며 이스라엘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들과 격렬하게 논쟁하는 장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들과 당시 유대교 문헌들을 통해서 그 시대 종교 지도자들의 주요 관심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안식일과 정결예식 그리고 성전 제사에 집요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예수님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켰고 마침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런 그들 손에 쥐어진 구약 성경의 핵심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예수님께서 직접 명료하게 정리하신 바와 같이 분명히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우리의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시는 하나님 말씀의 핵심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은 복음서 그 어디에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대해 예수님께 질문하거나 토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식일과 정결예식 그리고 제사와 같은 철저히 비 본질에 불과한 것들에 대해서만 주님과 지루한 논쟁을 시도하였습니다. 그 까닭이 과연 무엇일까요? 대체 그토록 열심을 가지고 율법을 공부하고 그것을 지키려 애쓰는 이들이 왜 정작 말씀의 본질이 아닌 비본질적인 내용들에 열을 올렸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 비본질들이야말로 자신들에게 허락된 사회적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무기였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위협이라는 외부적인 거대한 위험 속에서 신앙을 통한 내부 결속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따라서 종교 지도자들이 외치는 ‘하나님의 뜻’, 혹은 ‘하나님의 말씀’과 같은 육중한 단어들 앞에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정작 말씀의 핵심인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에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약점을 이용해 오히려 감당하기 벅찬 무거운 율법들만 그들에게 강요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갔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바울과 똑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똑같은 말씀을 읽고 연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구세주라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믿고 소망하는 부활은 십자가를 전제하지 않은 부활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고난 없는 영광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께서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울부짖으셨습니다. 기독교는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까지 버림받았다고 토로하는 그 극한 절망의 한 복판에, 그 짙고 짙은 어둠과 죽음의 순간에 비로소 하나님의 구원이 완성되었음을 고백하는 신앙입니다. 

이러한 희생과 헌신을 전제하지 않은 부활은 그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따라서 십자가와 부활의 역설과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 성도의 참된 본분임을 하나님께서는 죽임 당하신 당신의 아들을 통해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바로 이와 같은 주님의 놀라운 은혜와 사랑에 이끌리어 기꺼이 십자가의 길 위를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복음을 단호히 거부하였습니다. 그런 하나님, 십자가에서 매달려 무력하게 고통당하는 신은 자신들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에게 있어 성경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이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말씀하시는 주님의 뜻 앞에 자신들의 삶을 내어드리기 보다는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하나님을 율법 안에서 찾아내는 것에만 능숙했습니다.

이렇게 지난 2천 년 전,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는 계시된 말씀을 마음대로 손에 쥐고 흔들어 대는 지도자들에 의해 철저히 타락하고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결코 그들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위대한 십자가 사랑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 사람, 바울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그를 통하여 참 생명의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결국 그 복음으로 인하여 옥에 갇혀 모진 고문 끝에 순교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이 땅위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생명을 마무리 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죽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허락된 그 모든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그가 믿고 따랐던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부활의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걸어왔던 모든 삶의 궤적과 그가 남긴 수많은 편지들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 오늘 우리의 손에 들려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복음이 증거 되는 곳곳마다 그의 위대한 신앙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그가 동족들에게 이단 혹은 원수로 까지 몰리면서 붙좇았던 소망인,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생명’을 지금 우리가 분명히 믿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선교사 존 헤론이 활동하던 시절에 조선 선교사들은 남한산성에 별장을 지어놓고 장마철마다 더위와 전염병을 피해 그곳에 함께 머무르며 휴식을 가졌습니다. 헤론이 조선에 도착한 후 5년이 지난 1890년 여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성안에 돌림병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때 그가 만약에 조선 백성들의 신음소리와 절규에 잠깐 눈과 귀를 닫고 쉼을 누린다고 해서 그를 꾸짖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헤론은 그럼에도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먼 길을 오갔습니다. 결국 그는 안타깝게도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과로한 끝에 그만 이질에 옮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3주간을 심하게 앓다가 1890년 7월 26일, 불과 만 34살의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겨두고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한국에 온 선교사들 중 최초의 순직(殉職)이었습니다.

그러자 고종 황제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으로, 헤론을 위해 성안에 묘지를 조성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오늘날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입니다. 그렇게 그는 죽었습니다. 자신에게 충분히 보장되었음에도 기꺼이 포기했던 성공한 의사로서의 돈과 명예와 함께 그리고 자신을 향한 수많은 이들의 아쉬움과 조롱 속에 그는 분명히 죽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또 믿고 있습니다. 그는 결코 죽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과 희망 안에서 헤론의 그 위대한 헌신은 결코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 땅에서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은 한국교회의 시작을 이야기 할 때마다, 그리고 감격어린 걸음으로 양화진을 지날 때 마다 어김없이 되살아나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부산진교회를 비롯한 한국 교회는 바로 이와 같은 선교사들의 무수한 희생과 죽음 아래 맺은 귀한 열매입니다. 따라서 이 시간 함께 모인 우리 모두가 바로 그들의 값진 죽음으로 잉태한 부활의 결실임을 역사는 우리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죽음의 연속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구주로 믿기 때문에, 온갖 손해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론 구태여 가난과 질병을 비롯한 온갖 고난들을 미화하면서 굳이 그것을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결코 금욕주의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에게 분명히 증언합니다. 성도의 삶이란 결국 그분과 함께 낮아지고, 섬기는 것임을 말입니다. 우리가 제 아무리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많이 헌금 한다고 해서 그 결과로 세속적인 성공과 축복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믿음 때문에 날마다 포기와 희생의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굳게 붙잡아야할 소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매일 죽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는 생명의 복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난과 죽음은 결코 헛헛한 어둠으로 끝나지 않고 찬란한 부활의 영광 안에서 주님과 함께 매듭 짓게 됨을 반드시 마음 깊이 새겨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고 섬기는 주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보다 앞서서, 우리와 함께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입니다.

이 소망을 품고 바울은 기꺼이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 소망을 품고 존 헤론을 비롯한 수많은 선교사들이 희생과 나눔의 삶을 묵묵히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 우리 역시 이 소망 아래서 예배의 자리에 함께 모여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소망을 전할 차례입니다. 따라서 부활의 소망을 가슴 깊이 품고, 저마다의 십자가를 등에 지고 매일 허락된 일상의 시간들을 열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분명히 우리의 모든 삶의 여정을, 바울처럼 그리고 헤론처럼 하나님 나라의 이정표로 삼으실 줄 믿습니다. 그 소망의 하나님께서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기도 : 참 소망의 하나님 

오직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전해진 사랑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살리는 복음임을 믿습니다. 그 믿음 아래서 더 낮아지고 섬기는 삶을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분명 죽지만 결코 죽지 않는 구원의 신비를 늘 마음에 품고 날마다 주님과 함께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소망의 이유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봉헌기도 

우리를 살리시는 하나님

날마다 마주하는 그 어떤 죽음도 무너뜨리는 위대한 부활의 소망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구별한 예물을 드립니다. 기쁘게 받으시어 주님과 함께 저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예담 청년들을 위해 마음 다해 축복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나아가며 허무와 좌절의 시간을 지낼 때, 움켜쥐지 못한 성공의 기회들이 아쉽고 후회스러울 때 더욱 주님 품에 안기게 하여주시옵소서. 생명과 평화를 위해 우리가 흘리는 모든 땀과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잊지 않게 하여주시고, 날마다 새 희망을 품게 하여주시옵소서. 몸과 마음을 항상 건강히 지켜주시고 미소와 온기를 주위에 날마다 전하게 하여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보냄의 말씀

목사: 사랑하는 여러분, 평안히 돌아가십시오. 복음의 말씀을 들었으니 부활을 소망하며 섬기고 나누며 살아가십시오. 분명 죽지만 결코 죽지 않는 우리 모두를 하나님께서 복음과 생명의 신비 가운데 다시 살려 주십니다.

회중: 아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참 사랑의 길 대신, 비본질적인 것으로 신앙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억눌렀던 어리석음을 회개합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부활의 복음을 들고 더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주님! 우리를 모든 죽음으로부터 다시 일으켜 주시옵소서. 아멘!

<참고문헌>

옥성득. “첫 순직 선교사 헤론”, 『국민일보』, 2015. 8. 25.

“짧은 인생, 오랜 기억! 존 헤론”, 『선교타임즈』, 2015. 12.

김동건, 김태수. “제중원 2대 원장 헤론의 생애” 『醫史學』, 2000. 12. 

김인수 “초기 한국 개신교 선교사 -순교자들에 대한 연구” 『장신논단』,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