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후 열 다섯 번째 주일, 2016년 8월 28일, 부산진교회 오후예배, 정대진 목사
마가복음 4장 26-34절 "씨앗 하나"
26 또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27 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 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 28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29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라 30 또 이르시되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비교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까 31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32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 33 예수께서 이러한 많은 비유로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대로 말씀을 가르치시되 34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아니하시고 다만 혼자 계실 때에 그 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해석하시더라
올 해, 여느 때 보다 유난히 길게 이어졌던 폭염이 끝나고 마침내 가을이 훌쩍 다가왔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 잘 추스르고 이 결실의 계절에 저마다 가장 합당한 은혜의 열매를 거두길 축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이 땅에 오셨을까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대체 무엇을 위하여 기꺼이 참 사람이 되셔서 그토록 힘겨운 수많은 일들을 하루하루 이겨내셨을까요? 아마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이 머릿속에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예수님 스스로가 이 세상을 향해 던진 첫 번째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마가복음 1장 15절 말씀 읽어드리겠습니다.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셔서 그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토록 중요한 하나님 나라는 정확히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체 하나님 나라가 무엇이기에 주님께서는 그토록 당신의 모든 생명을 다해 외치고 그것을 살아내셨을까요? 과연 예수님께서 전하신 진정한 하나님 나라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질문은 우리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도 주님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들었지만 정작 그 핵심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하나님 나라를 보다 더 잘 이해하도록 몇 가지 비유를 가지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별히 본문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두 가지 비유를 통해 그려내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두 비유에 모두 똑같이 등장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씨앗”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거대하고 화려한 이곳 부산과는 달리 예수님께서 자라고 생활한 이스라엘은 도시보다는 농촌에 가까워서 각종 나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친숙하게 접하는 “씨앗”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대해 설명 하셨습니다.
이제 본문에 담긴, 그와 같은 주님의 비유들을 차근히 살펴보며 예수님께서 진실로 마음에 품으시며 사람들과 함께 나누길 원하셨던 하나님 나라의 참된 의미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길 바랍니다.
첫째, 하나님 나라는 "스스로" 이루어 가는 나라입니다.
다함께 본문 26-28절 말씀 읽겠습니다.
26 또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27 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 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
28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가 마치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꽃이든 과일이든 씨앗을 땅에 심어보신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씨를 뿌리고 화분이나 밭 앞에서 하루 종일 밤을 새며 지키고 서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씨앗을 땅에 심고 여전히 자신의 나머지 일상을 살아가며 밤에는 잠들고 아침에는 일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씨앗을 땅에 심고 항상 씨앗 곁을 지키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바로 본문 속 첫 번째 비유의 핵심 내용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마치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우고 이삭을 피우고 알곡이 되어 추수되는 것처럼 사람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이루어져 가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하나님 나라가 그 스스로 이루어져 가는 것을 믿지 못하고 조급해 하며 자신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 지고 발전된다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마침 우리 교회는 지금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올 가을에 "생명 잔치"를 계획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성도님들의 귀한 헌신을 통해 이 번 생명잔치가 은혜 가운데 잘 마무리 될 줄 믿습니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 생명잔치를 위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헌신한다 할지라도 그 열매는 결코 우리가 이루어 낸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용하셨기 때문에 믿지 않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데려오려는 노력만으로 그들이 교회를 찾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른바 "신앙생활"이라고 말하는 전도와 기도와 말씀 묵상과 봉사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하나님 나라의 넓이가 넓어지고 그렇지 않다면 좁아질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의 노력과 무관하게 그 스스로의 영광을 빛냅니다. 다만 주님께서 은혜 가운데 우리를 부르시고 일꾼으로 사용하실 뿐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까지만 듣고 혹시 ‘하나님 나라는 스스로 이루어지는 거니까 난 아무것도 안 해도 되겠네?’하고 오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씨앗이 그 스스로 열매를 맺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열매가 더욱 건강히 자라도록 마땅히 해야 할 농부의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너무나 귀한 은혜 가운데 우리를 그와 같은 농부로 불러주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은혜에 감사하며 마땅히 최선을 다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전도와 경건 훈련을 하루하루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궁극적인 생명의 근원은 우리의 열심이 아닌 하나님 나라 그 자체에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자칫 우리의 힘으로 주님을 조종하려는 어리석은 죄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멋대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내려는 헛된 손짓을 멈추고 주님께서 스스로 이루어 가시는 당신의 나라를 잠잠히 주목해야 합니다.
둘째, 하나님 나라는 크기로 평가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31, 32절 말씀 다함께 읽겠습니다.
31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32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
예수님께서는 두 번째 비유에서 어떤 특정한 씨앗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바로 "겨자씨"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겨자씨의 아주 중요한 특징을 말씀 하셨습니다. 바로 31절에 기록된 바와 같이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 입니다.
사실 어떤 열매든 씨앗 자체는 보통 작습니다. 그런데 겨자씨는 그런 씨앗들 중에서도 더욱 작은 것임을 예수님께서는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32절에 보면 그 겨자씨가 심겨진 후에는 자라서, 자신보다 더욱 큰 씨앗을 가진 나무들보다 커다란 가지를 내뻗어 여러 새들이 거기에서 쉼을 누린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은 종종 눈에 보이는 크기로 무언가를 쉽게 판단하고는 합니다. 예를 들면 좋은 교회와 나쁜 교회를 판가름하는 기준을 얼마나 크고 화려한 예배당 건물을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지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저 역시 부끄럽게도 그런 어리석은 착각에 빠질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하나님 나라의 생명력은 절대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크기’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겨자씨가 완전히 자란 후에야 자신의 참 모습을 드러내듯 주님께서 택하신 마지막 날에서야 비로소 하나님 나라는 진정한 세계를 사람들에게 분명히 보여주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하나님 나라가 마치 작은 겨자씨 한 알처럼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겨자씨의 참된 가치, 즉 겨자씨를 온전히 자라나게 하는 그 위대한 생명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감히 우리의 얕은 경험과 시선으로 하나님 나라를 함부로 규정하고 제한하려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본문에 담긴 예수님의 두 가지 비유를 통해 주님께서 전하신 하나님 나라는 흔히 오해하는 대로 그저 사람들이 죽은 뒤에 가는 낙원이 아님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 스스로 이루어가는 생명력을 지니며, 동시에 사람들 눈에는 아직 너무도 미미하게 보이는 주님의 살아있는 다스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와 같은 하나님 나라를 단지 말로만 외치시지 않으시고 당신의 삶으로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 정점에 바로 "십자가"와 "부활"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택하신 방법은 바로 그 분 스스로가 한 알의 작은 씨앗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어이 자기 자신을 땅으로 떨어뜨려 사람들에게 밟히고 썩어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달리신 십자가는 겨자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너무나 작고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도바울이 고린도전서 1장 23절에서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쾌하고 역겨운 것이었고 그리스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리석고 미련한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리새인으로 대표되는 여러 열정적인 종교인들도 자기 마음대로 하나님 나라를 꾸며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철저히 지켜 경건하게 살면 구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자신들이 노력한 만큼 이루어져간다고 착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에 매달린, 흡사 겨자씨와 같은 그 작고 초라한 예수님께서 마침내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사람들의 노력과 공적이 아닌 예수님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스스로 계신 주님의 은혜가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참되고 아름답게 이루어 가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예수님을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라고 믿고 고백한다면,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지길 바란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과 같이 한 알의 작은 씨앗이 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로부터 ‘작은’ 겨자씨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땅에 밟히고 짓이겨 질 때가 있습니다. 도저히 우리의 힘으로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둠 속에 놓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와 같은 우리의 ‘작음’이, ‘할 수 없음’이 마침내 온 세상을 구원한 다는 진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그 분이 전하신 하나님 나라는 바로 그 작은 씨앗 안에 힘차게 휘몰아치고 있는 찬란한 생명과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다음세대교회의 여름캠프 보고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귀한 수고를 아끼지 않은 선생님들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봉사의 손길을 건넨 성도님들을 보며 다음세대를 섬기고 돌보는 것은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리는 일과 같음을 생생히 깨닫게 됩니다.
제 솔직한 바람은 이번 캠프를 위해 각 부서에서 흘린 땀과 눈물만큼 화려한 성과를 거두고 많은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교회로 몰려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허전한 빈자리를 부서 예배시간에 종종 발견할 뿐만 아니라 도통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답답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여전히 씨앗 하나를 저들 가슴 속에 심을 수 있는 까닭은 오늘 함께 읽은 본문 말씀을 통해 확인 했듯이 하나님 나라는 스스로 열매를 맺어 가는 지극히 작은 씨앗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생명을 신뢰하며 다음세대교회를 위해 더욱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오는 한 주도 그 생명과 함께 더욱 풍성히 호흡하고 누리며 또 전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기도합니다.
기도
생명의 하나님,
주님의 나라는 그 어떠한 부족함과 어두움에도 스스로 이루어가는 씨앗 하나와 같음을 기억합니다. 또한 그 나라는 아직은 비록 작을 지라도 마침내 하늘 높이 솟아 여러 새들에게 쉼을 주는 가지를 드리우는 겨자씨와 같음도 기억합니다. 그 위대한 하나님 나라를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 가운데 힘차게 누리며 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기꺼이 한 알의 씨앗으로 이 땅에 내려오셔서 부활의 생명나무를 온 누리에 세우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청년 예배>
봉헌기도
우리를 지으시고 날마다 이끄시는 하나님
씨앗 하나처럼 작은 우리를 날마다 부활 생명으로 품으시는 은혜를 찬양하며 한 주간 구별한 예물을 드립니다. 낮고 어두운 곳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복음대로 살아가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사랑하는 예담 청년들을 위해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힘겨웠던 무더위도 끝내 힘을 잃고 기어이 가을이 찾아오듯이, 저마다 지나고 있는 힘겨운 계절들을 이겨낼 힘을 주시옵소서. 끝내 승리할 주님 나라의 부활을 온 몸과 마음으로 품게 하시고 항상 사랑을 간직하고 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보냄의 말씀
목사: 사랑하는 여러분, 평안히 돌아가십시오. 복음의 말씀을 들었으니 낮고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한 알의 씨앗으로 살아가십시오. 하나님의 생명이 우리를 움트게 하고 자라가게 하십니다.
예담: 아멘! 나의 힘으로만 살아가려하고 겉모습만으로 함부로 판단했던 어리석음을 뉘우칩니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쉼을 안겨주는 나무로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생명의 빛과 빗줄기를 우리 안에 가득히 부어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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